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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고려시대의 음식 문화

by chyukochi 2025. 4. 19.

한 시대의 음식 문화는 비단 음식 뿐 아니라 정치나 사회, 경제와 문화 등 모든 분야와 연관 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마치 지금의 모습을 반영해 주는 것처럼 말이죠. 지금과는 멀게만 느껴지는 고려시대의 음식 문화는 어땠을까요? 

 

고려시대의 음식 문화



1. 고려시대 음식 문화의 특징
고려시대(918~1392)는 통일신라의 전통을 이어받아 불교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시기였습니다. 이러한 종교적 배경은 음식문화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는데요. 불교의 영향으로 육식을 금기시하는 풍조가 퍼졌고, 대신 곡물과 채소, 그리고 해산물을 중심으로 한 식문화가 발전하였습니다. 고려인들은 식사에서 절제를 미덕으로 여겼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식습관을 중시하였습니다. 또한 이 시기에는 귀족 계층의 사치스러운 문화와 서민의 소박한 일상식이 공존하면서 음식의 사회적 계층 차이가 뚜렷해졌습니다. 기록에 따르면 궁중에서는 화려하고 정갈한 상차림이 이뤄졌고, 일반 백성들은 주로 밥과 국, 된장이나 나물 등으로 간소하게 식사했다고 합니다.

2. 고려시대의 주식
고려시대의 주식은 오늘날과 마찬가지로 쌀밥이 중심이었지만, 지역에 따라 보리와 조, 기장, 수수 등의 잡곡도 널리 이용되었습니다. 특히 쌀은 귀한 식재료로 여겨져 왕실이나 귀족이 주로 먹었고, 평민들은 보리밥이나 혼식 형태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시대에도 죽은 소화가 잘되어 노약자나 병자, 아침 식사 대용으로 자주 먹었으며, 현대와 같은 호박죽, 잣죽 등 재료에 따라 다양한 종류가 존재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곡물 가공 기술이 발달하여 떡 등도 만들어졌는데 특히 명절이나 제사 때 떡이 빠지지 않는 중요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3. 발효음식의 발달
고려시대에는 밥과 함께 다양한 반찬이 곁들여졌어요. 김치와 장류를 포함한 발효 음식이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특히 된장과 간장, 고추장이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고추장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발전한 것은 조선 후기의 일이지만, 초기 형태의 매운 양념은 이미 고려 말에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김치는 초기에는 단순한 절임 형태였으나 점차 마늘, 생강 등을 넣어 발효시키는 방식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저장과 운반이 쉽고 사계절 내내 섭취할 수 있는 음식들이 특히 발달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젓갈류는 귀한 단백질 공급원이었으며, 해안 지방을 중심으로 발달하였습니다.

4. 불교의 영향을 받은 식생활
고려는 불교를 국교로 삼은 나라였으며, 이에 따라 스님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채식을 권장하는 분위기가 퍼졌습니다. 육류 섭취는 제한적이었으며, 대신 두부나 콩, 버섯, 생선류 등이 단백질 공급원으로 중요하게 여겨졌어요. 두부는 고려 중기에 이미 널리 알려져 있었고, 절에서는 두부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개발하였습니다. 또한 취나물, 고사리, 연근 등의 산나물은 사찰 음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료였는데 이러한 채식 중심 식생활은 건강에 대한 인식뿐만 아니라, 자연과의 조화, 생명 존중 사상과도 맞닿아 있었습니다. 이러한 것들은 지금까지 이어져 온 불교문화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5. 궁중과 귀족의 음식 문화
고려시대의 왕실과 귀족층은 다양한 향신료와 고급 식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즐겼습니다. 외국에서 수입한 향신료나 당나라, 송나라 등으로부터 전해진 조리법이 도입되기도 하였으며, 이는 당시 국제 교류의 흔적을 보여줍니다. 궁중에서는 잔치를 위한 정교한 음식들이 발달하였고, 잔치 때는 수십 가지에 이르는 음식이 상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처럼 육회, 생선회, 전이나 찜, 구이 등이 다양하게 차려졌으며, 술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고려시대에는 청주, 약주, 탁주 등 다양한 종류의 술이 존재했고, 술은 제사나 의례뿐만 아니라 사교나 오락의 중요한 매개체였습니다. 이러한 화려한 식문화는 당시 사회의 위계질서를 반영한 것이기도 했으며 조선이나 현대 사회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6. 고려 후기에 나타난 변화
고려 말기에 이르러 몽골과의 접촉이 빈번해지면서 음식 문화에도 변화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몽골의 영향으로 고기 소비가 증가하였고, 육식 문화가 일부 계층을 중심으로 점차 확산되었습니다. 또한 밀가루를 이용한 만두, 국수 등이 도입되면서 식단의 폭이 넓어졌습니다. 고려 후기에는 송나라와의 교역을 통해 다양한 채소와 조리 기법이 전해졌으며, 이는 조선시대 음식문화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특히 간편하면서도 영양가 높은 음식들이 널리 퍼졌고, 음식이 몸에 미치는 건강에도 관심이 많게 되었습니다. 고려의 음식문화는 단순히 생존을 위한 수단이 아닌, 종교, 사회, 정치, 외교 등 다양한 요소와 맞물려 독자적인 체계를 형성한 복합적 문화유산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후 조선이나 현대사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먹는 음식의 기반이 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