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의 취미 생활은 정말 다양합니다. 개인의 취미를 갖는다는 것은 굉장히 정서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임에 분명하죠. 어느 시대를 불문하고 각자의 취미를 즐기며 살아온 우리들이기에 역사적으로 그 시대에는 어떤 취미생활을 했을까 궁금해집니다.
1. 고려시대의 취미 생활
고려시대(918~1392)는 불교를 국교로 삼은 왕조로, 종교와 예술, 그리고 귀족 문화가 서로 융합되어 독특한 취미 문화가 발달하였습니다. 왕족과 귀족 계층을 중심으로 풍류와 예술적 취미가 많이 행해졌으며, 그 중심에는 자연을 즐기고 시문을 만들며 음악과 차를 즐기는 취미가 있었습니다. 사찰에서의 선(禪)과 관련된 수행과 그와 관련된 독서, 서예, 시 쓰기 등은 귀족들 사이에서 정신적 수양과 예술적 교양을 겸한 고상한 취미로 여겨졌습니다. 왕실과 귀족들은 연못이나 정원을 조성하여 꽃을 감상하거나 사계절의 변화 속에서 자연을 벗 삼아 지내기를 즐겼으며, 이런 삶의 태도는 고려 전기의 불교적 이상주의와 맞물려 각자의 취미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고려 인종과 같은 군주들 또한 시문에 능해 직접 시를 지었고, 신하들과 더불어 시회를 열어 풍류를 즐기기도 하였습니다.
2. 음악적 취미
음악은 고려시대 사람들에게 매우 중요한 취미이자 문화였습니다. 특히 고려 왕실과 상류층은 당악(唐樂), 아악(雅樂)을 고루 즐겼는데, 이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의례와 연회에서의 필수 요소였습니다. 귀족 가문에서는 자녀들에게 음악 교육을 시켜 거문고와 비파, 대금 등의 악기를 익히게 하였으며, 음악은 고귀한 취미이자 신분을 상징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여겨졌습니다. 고려 후기에는 민간에서도 음악과 춤을 즐기는 풍조가 확산되었으며, 특히 사당이나 절에서의 불교 의식, 마을 제례에서 음악과 함께하는 연희가 자연스레 형성되었습니다. 불교와 결합된 음악은 일반 백성에게도 친숙해졌고, 연등회나 팔관회 같은 대규모 불교 행사를 통해 많은 이들이 음악과 무용을 감상하며 즐거움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2. 문학 활동
문학 활동 또한 고려시대 사람들의 주요한 취미 중 하나였습니다. 특히 귀족층은 한시(漢詩)의 창작을 통해 자신의 교양과 정서를 표현하였습니다. 고려의 유학자들은 중국 송나라의 문풍을 받아들여 시문을 중요시했으며, 이를 통해 학문적 깊이뿐 아니라 풍류의 정신을 쫓기도 했습니다. 시를 짓는 일은 단순한 창작을 넘어 벗과의 교류 수단이 되었고, 산수 유람을 하며 시를 주고받는 일이 하나의 문화로 정착되었습니다. 또한 불교적 세계관 속에서 삶의 무상함과 ‘공(空)’의 개념을 시로 형상화하는 시도도 활발했으며, 대표적인 인물로는 일연이나 혜심 같은 승려 시인들이 있었습니다. 일반 백성들 중에도 시나 민요를 즐기는 사람들이 있었고, 민요 형태로 구전되던 노래들이 이후 고려가요라는 독특한 장르로 발전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평민과 여성들의 감성을 담은 문학으로 자리 잡아 상류층의 한시 문화와는 또 다른 축의 취미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3. 그림과 공예 활동
그림과 공예도 고려시대에 발달한 예술적 취미였습니다. 귀족층과 불교계 인사들은 사군자나 불교와 관련된 그림 등을 그리며 미적 감각을 표현하였습니다. 특히 불화는 단순한 종교화가 아니라 수행과 명상 속에서의 창작이자 자신만의 예술적 감성을 표현하는 취미로 여겨졌습니다. 또한 청자 제작은 고려의 대표적인 문화 예술로, 상류층과 장인들 사이에서 높은 미적 기준과 기술적 실험으로 여겨졌습니다. 왕족과 귀족들은 청자 수집과 감상에 몰두하기도 했으며, 일부는 자신만의 문양을 새긴 청자를 제작하도록 주문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미술과 공예는 취미생활과 사회적 지위를 동시에 보여주는 수단이었습니다. 당시 사람들은 화초를 재배하거나 정원을 조성하는 등 자연과 조화로운 생활을 추구하였고 이러한 취미들은 불교 사상의 영향 아래 고요하고 조화로운 미를 추구하는 성격이 강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백성들의 취미생활
한편 일반 백성들의 취미생활은 더 실용적이고 공동체적 성격을 띠었습니다. 특히 민속놀이나 농경과 관련된 연희가 대표적이었으며, 마을 단위의 축제에서 줄다리기, 탈놀이, 씨름 같은 민간 오락이 유행하였습니다. 이는 단순한 즐거움을 넘어 노동의 고단함을 해소하고 공동체의 화합을 다지는 중요한 문화였습니다. 특히 탈춤은 풍자와 해학을 통해 사회적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동시에 예술적 만족도 주는 형태의 취미로 발전하였습니다. 농사철이 끝나고 여유가 생기면 백성들은 이러한 풍자가 있는 이야기 공연을 감상하며 여가를 보냈고, 장터에서는 노래나 놀이, 음식 시식이 어우러지는 장터 문화가 형성되었습니다. 여성들은 자수, 음식 만들기 등을 통해 가정 내에서 취미를 즐겼으며, 이들 작업은 기능적 목적 외에도 창의적 표현의 수단으로 활용되었습니다. 이러한 백성들의 취미는 생활 밀착형이었지만 그 속에도 예술성과 공동체 정신이 녹아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5.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차이
고려시대와 조선시대의 취미생활은 문화적 기반과 그 시대의 차이에 따라 뚜렷한 성격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고려시대는 불교가 중심 사상이었던 만큼, 귀족층과 승려들은 명상을 하거나 불화를 그리고 청자 감상, 시 짓기 등 내면 수양과 미적 감성을 중시하는 취미를 즐겼습니다. 이에 비해 조선시대는 유교가 지배 이념으로 자리 잡으면서 보다 절제된 교양 중심의 취미가 강조되었습니다. 조선의 양반들은 사대부 문화에 따라 시문과 서예, 다도 등을 통해 도덕성과 교양을 드러내려 했으며, 성리학적 가치에 부합하는 취미를 추구하였습니다. 또한 조선 후기에는 서민 계층에서도 탈놀이와 판소리, 민요나 씨름 등 활발한 민속 오락이 전개되며 계층별 취미 문화가 다양하게 발전했습니다. 반면 고려시대는 귀족 중심의 예술 취미가 두드러졌고, 백성들의 취미는 여전히 공동체 의례나 농경 행사 중심의 놀이에 가까웠습니다. 즉, 고려는 불교적 예술성을, 조선은 유교적 교양성과 윤리를 중심으로 각기 다른 취미 문화를 형성해 나간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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