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영된 드라마 중 <원경> 이라는 드라마가 있었는데요. 그 드라마에서는 여말에서 조선 초로 넘어오면서 당시의 중전인 원경과 태종 이방원의 이야기를 다루었는데 고려의 여성이었던 원경왕후가 유교 국가의 틀을 잡아가려는 태종과 사사건건 부딪치는 일들이 나옵니다. 원경은 고려의 여인이라 그랬을까요? 주체적인 여성성을 가지고 있었고 왕에 못지않은 권위가 있었다고 그리고 있습니다. 당연히 태종은 그런 원경왕후가 못마땅하기도 했을 거예요.
고려시대는 유교 이념이 사회 전반을 지배하기 이전의 시기로, 여성들이 다양한 사회 영역에서 보다 자유롭고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시대였습니다. 당시 여성들은 재산의 상속이나 재산권 등에서 비교적 자율적인 권리를 보장받았으며, 가문과 가문 간의 결혼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죠. 특히 고려는 모계 중심의 전통이 강하게 남아 있었으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조선 시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고려의 혼인 풍습이나 여성의 재산 왕비와 왕후의 정치적 역할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1. 경제권
먼저 고려시대 여성들은 상당한 재산권을 보장받았습니다. 고려의 혼인 제도는 부계 중심의 유교적 규범보다 훨씬 유연한 구조였으며, 부부가 결혼한 이후에도 여성이 친정과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심지어 자녀를 친정에서 양육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오히려 현대사회와 비슷한 것 같아요. 또한 여성은 부모로부터 재산을 상속받을 수 있었고, 혼인 후에도 자기 재산을 독립적으로 소유하고 관리할 수 있었어요. 여성의 사망 후에도 그녀의 재산은 친정 쪽으로 되돌아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는 여성을 단지 남성의 부속물로 보지 않고 하나의 경제적 주체로 인정한 고려의 사회 구조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여성들은 경제권에서도 주체적인 존재였습니다.
2. 정치와 종교 분야
고려시대에는 정치와 종교 영역에서도 여성의 활약이 두드러졌는데요. 특히 왕실 여성들은 국정에 큰 영향을 미치며 정치의 중심에 설 수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문종의 비인 인예왕후는 왕실의 안정을 도모하고 외척 세력 간의 균형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습니다. 또한 무신 집권기에는 최 씨 정권과 혼인 관계를 맺은 여성들이 정치적 연합을 형성하며 권력의 재편성에 기여하기도 했죠. 불교가 국교였던 고려에서는 여성 출가자들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이 중 대표적인 인물로는 ‘묘련’과 같은 고승 여성들이 있으며, 이들은 수행자로서뿐만 아니라 교단의 지도자로서도 인정받았습니다. 여성 승려들은 사찰을 운영하거나 시주를 모아 종교와 사회를 잇는 가교 역할을 했습니다.
3. 문화적인 측면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도 고려 여성들의 활동은 다양했습니다. 고려는 금속활자와 불교문화, 천문학 등에서 높은 수준의 문화를 발전시킨 시대였으며, 이 과정에서 여성들도 문학과 예술 분야에서 활발히 참여했습니다. 귀족 여성 중에는 시문을 짓거나 서화를 익힌 이들도 있었으며, 일부는 예능인으로서 궁중이나 귀족 사회의 문화 활동을 이끌었습니다. 특히 여성 가객이나 무희는 궁중 연회만 아니라 국가적 행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여성들이 교육받는 것이 일반적이지는 않았지만, 상류층 가문에서는 자녀 교육의 하나로 여자아이에게도 문자나 예술 교육, 더 나아가 신체를 단련하는 훈련도 시켰습니다. 또한 여성들은 조상의 제사를 모시고 가계를 이어가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으며, 가정과 사회를 잇는 연결 고리로서 기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4. 가족 내의 지위
한편, 고려시대 여성은 가족 내에서도 중요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친정과 시가 양쪽 모두를 중시하는 혼인 문화가 존재했으며, 이는 곧 여성의 지위 향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결혼 후에도 여성이 자신의 친정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던 점은, 여성의 사회적 네트워크가 결코 남성에게 종속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또한 여성은 이혼할 수 있는 권리를 어느 정도 보장받았으며, 재혼 역시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당시 고려의 법률은 남녀 모두에게 이혼의 자유를 인정했으며, 이는 조선시대의 유교적 가족제도와는 뚜렷하게 대비되는 부분으로 당시 여성들이 자율적 인격체로 존중받았음을 보여줍니다.
결론적으로 고려시대 여성은 정치, 경제, 문화와 종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주체적으로 활동하며 사회 발전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고려라는 국가가 유교적 질서가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전, 상대적으로 포용적이고 유연한 사회 구조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려의 여성들은 단순히 남성을 내조하는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가문과 국가를 이어가는 중요한 연결 고리로 기능했으며, 때로는 왕실과 권문세족 사이의 정략적 혼인을 통해 역사적 변화의 핵심 주체가 되기도 했습니다. 조선시대와 비교해 보면, 고려 여성들의 사회적 활동은 더욱 자유롭고 역동적이었으며, 이들은 고려의 독특한 문화의 창조자였습니다. 고려시대 여성의 활약은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후 현대까지의 한국 여성사 전체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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