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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여성 단체가 있었을까?

by chyukochi 2025. 4. 24.

오늘날 현대의 여성 단체들은 사회 전반에 있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다.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과거로부터 이어져 왔으며 이름은 달라도 발전해 온 단계가 있기에 고려와 조선시대 여성의 활약에 대해 알아보면 적용 점이 있을 것이다.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여성 단체가 있었을까?



1. 고려시대 여성의 사회적 지위, 활동

고려시대는 유교적 이념이 아직 절대적이지 않았기에,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비교적 높았으며 상속권, 재산권 등에서 남성과 유사한 권리를 누리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여성들은 일상생활 속 다양한 공동체를 형성하여 상호 협력하고 각종 의례나 경제 활동을 함께했다. 대표적인 것이 계(契)라는 조직이다. 계는 친족이나 이웃, 마을 사람들 간의 자발적 모임으로, 주로 금전적 상부상조, 혼례나 장례 등의 의례 지원, 생계비 마련 등을 목적으로 운영되었다. 여성들은 따로 여성들만의 계를 조직하거나, 남성과 함께 운영하는 경우도 있었다. 계는 엄밀한 의미에서 현대의 ‘여성단체’와는 다르지만, 여성들 간의 집단적 연대와 협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볼 수 있다.

2. 궁중 여성 조직과 권력 구조

고려와 조선시대 모두 궁중 여성 집단, 즉 '내명부 여성 집단의 중요한 조직이었다. 고려시대의 궁녀 조직은 비교적 느슨했으나, 조선시대에 이르러 성리학적 질서에 기반한 명확한 위계 체계를 갖춘 내명부가 형성되었다. 이는 여성들 간의 엄격한 서열을 전제로 하였으며, 직책에 따라 궁중의 실질적 운영에 깊이 관여했다. 이들은 단순한 시녀가 아니라 왕실의 정보 전달, 의례, 의복이나 식사의 관리 등 행정 실무를 담당하며, 때로는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상궁들은 후궁을 보좌하며 후계 구도에도 개입했고, 특히 왕비나 대비와의 연계를 통해 비공식적인 권력의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이러한 궁중 여성 조직은 남성 중심의 공식 정치 구조 바깥에서 작동하는 여성 권력 집단으로도 평가된다.

3. 조선시대 양반 여성, 계모임

조선은 성리학 이념을 바탕으로 여성의 활동을 점차 가정 안으로 제한했지만, 사회의 유지가 있어 여성들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했다. 특히 양반 여성들은 마을 단위의 계나 향약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거나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향약은 주로 남성 중심의 자치 조직이었지만, 지역에 따라 부녀자들만의 소규모 계를 진행하거나 친목회, 혹은 상부상조 모임이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예를 들어, 혼례나 장례 시 양반 부녀자들끼리 서로 예물을 준비하거나 상복을 마련하는 등 전통 의례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이러한 활동은 여성들의 경제력과 네트워크 등이 결집된 형태로, 일종의 비공식 여성 조직으로 기능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여성의 공적 활동이 배제된 사회 속에서도 보이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4. 기생 조직과 전문 예술인 여성 집단

조선시대에는 국가적으로 관리되는 기생 제도가 있었으며, 이들은 단순한 유흥을 제공하는 존재가 아니라 문예, 악기, 그림 등에 능한 공식 여성 예술인 집단이었다. 각 지방에는 관기(官妓) 조직이 있었고, 이들은 기방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일종의 전문직 여성 집단으로 기능했다. 한양의 교방(敎坊)은 기생들의 교육과 관리를 전담하던 기관으로, 음악과 춤, 시조를 만드는 등 고급 예능을 익힌 기생들이 활동했다. 이들은 종종 양반 남성과 지식 교류를 하며 문화 생산에 기여했으며, 지역별로 기방 단위로 기생들이 자율적으로 규율을 갖춘 조직을 운영했다. 이러한 기생 조직은 당시 여성에게 허용된 드문 ‘공적 활동’의 영역으로, 일정한 사회적 영향력과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5. 여성 불교 신자, 사찰 중심의 여성 활동

고려와 조선시대 모두 여성 불자들의 종교 활동은 중요한 여성 집단 활동의 형태였다. 특히 조선시대 유교의 억불 정책 속에서도 사찰은 여성들에게 비교적 열린 공간이었으며, 비구니 승려들뿐 아니라 신도 계층의 여성들 또한 다양한 종교 공동체를 형성했다. 비구니 승려들은 독자적인 교육 활동을 하였고, 경우에 따라 사찰의 운영을 주도하기도 했다. 일반 여성 불자들 사이에는 기도를 하는 모임, 보시를 하거나, 불경을 외는 모임 등 자발적인 모임이 형성되었으며, 이는 심리적인 위로와 함께 공동체적 연대, 그리고 사회적 네트워크로 작용했다. 이러한 종교 기반의 여성 집단은 가부장적 질서 속에서 여성들이 자율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로 기능했으며, 일부 사찰은 여성들의 문화·복지 공간으로도 활용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제도나 이념의 제약 속에서 여성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집단을 이루며 사회에 기여해 왔다. 비록 오늘날과 같은 NGO나 시민단체 형태는 아니었지만, 계 모임이나 궁중 조직, 예술인들, 신앙 공동체 등은 당시 여성들의 집단적 삶을 보여주는 중요한 실마리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