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아닌 사람들, 삼국시대 평민과 천민의 일상생활은 어땠을까요?
삼국시대의 역사 기록은 대개 왕과 귀족, 전쟁과 외교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대를 살아낸 이들의 대부분은 평민과 천민이었죠. 고려나 조선, 그리고 현대사회에도 기록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지배층, 혹은 권력자이나 그 시대를 지탱하는 사람들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인 것처럼요.
이들은 나라를 지탱하는 밑바탕이자 경제와 문화를 실제로 움직이던 주체들입니다. 비록 그들의 이름은 역사에 많이 기록되지 않지만 유물이나 각종 기록 등 다양한 자료 속에서 이들의 흔적을 찾을 수 있어요. 삼국의 평민과 천민은 농업과 수공업 등에 종사하며 하루하루를 버텼고, 전쟁이나 기근, 세금과 부역의 어려움 속에서도 공동체의 형태로 삶을 지탱해 나갔습니다.
평민의 대부분은 농민이었습니다. 삼국은 모두 농업을 국가 운영의 중심으로 삼았으며, 이를 위해 평민들에게 토지를 나누어 주거나 때때로 국가 소유의 전답을 경작하게 하였습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는 촌락 단위로 인구와 토지를 파악하고 조세를 부과했는데 평민들은 자신의 땅 외에도 관청이나 귀족의 전답에서 소작을 해야 했으며, 수확량의 일정 부분을 조세로 바치거나 군량미로 제공해야 했습니다. 농번기에는 가족 단위의 협업이 필수였고, 특히 여성은 농사 외에도 여러 가지의.식.주와 관련된 일 등으로 분주했습니다. 자연재해나 전쟁이 발생할 경우, 평민은 가장 먼저 피해를 입었고, 생존을 위해 타지역으로 이주하거나 상류층 계급에 보호를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천민의 삶은 이보다 훨씬 더 가혹했습니다. 천민은 보통 전쟁 포로, 범죄자, 혹은 세습된 계층으로 구분되며, 법적으로도 일반 평민과 명확히 구별되었습니다. 이들은 국가의 사역에 동원되거나 귀족의 사유재산처럼 취급되었고, 자율적인 거주나 결혼, 이동이 자유롭지 않았습니다. 특히 사원이나 왕궁, 귀족 저택 등에서 노역에 동원되었으며, 석탑이나 성곽, 무덤을 짓는 데에도 동원되었습니다. 불교가 전파된 이후, 대규모 사찰 건축이 활발해지면서 이들의 노동력 수요는 더욱 늘어났고, 천민 여성은 가사노동은 물론 성적 착취의 대상이 되기도 했으며, 천민 간 결혼은 허락되었으나, 자녀도 자동으로 천민 신분을 물려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민과 천민 사이에도 다양한 문화와 공동체적 삶이 존재했는데요. 특히 평민들은 마을 단위로 공동작업을 하거나, 제사와 축제를 통해 공동체 의식을 다졌습니다. 삼국의 신앙은 자연신과 조상신, 불교가 혼합되어 있었으며, 평민들은 논에 풍년을 기원하는 고사나 공동 제사를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또한 마을마다 이방이나 촌장 등 과 같은 자치 지도자가 있었고, 이들은 국가와 마을 사이를 잇는 역할을 했습니다. 공동으로 곡식을 저장하거나, 이웃 간 품앗이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려는 노력도 활발했어요. 천민의 경우에도 같은 신분 내에서 상호 지지를 바탕으로 한 작고 단단한 공동체를 형성했으며, 일부는 특정 기술을 익혀 수공업자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삼국이 통일되고 사회가 중앙집권화될수록, 평민과 천민의 삶은 점점 더 세분화된 계층 구조 속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특히 신라 하대에 접어들며 골품제의 경직성과 함께 귀족의 횡포는 더욱 심화되었고, 지방의 평민과 천민은 더욱 가혹한 부역과 수탈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는 불교 승려로 출가하거나, 군공을 세워 관직에 오르기도 하며,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 단편적으로나마 그 이름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특히 신라 하대의 농민 반란은 이러한 사회 불균형의 극단적 결과였습니다. 삼국시대는 왕과 귀족이 주도한 시대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 아래에서 무수한 이름 없는 평범한 이들이 이 시대를 지탱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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